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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것도 - 황동규

떠즈 2011. 11. 3. 11:28

2011년 시월, 양산 홍용사.

 

 

오늘은 아무 것도

       

                          황동규

 

 

오늘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아침에 편지 반장 부쳤을 뿐이다

나머지 반은 잉크로 지우고

<확인할 수 없음>이라 적었다

알 수 있는 것은 주소뿐이다

허나 그대 마음에서 편안함 걷히면

그대는 無名氏가 된다

숫자만 남고

가을 느티에 붙어 있는

몇 마리 까치가 남고

그대 주소는 비어 버린다

아침은 걸르고

점심에 소금 친 물 마셨을 뿐이다

우리에 나가

말 무릎 상처를 보살펴 준다

사면에 가을 바람 소리

울타리의 모든 角木에서 마음 떠나게 하고

채 머뭇대지도 못한 마음도 떠나고

한 치 앞이 캄캄해진다

어둠 속에

서서 잠든 말들의 발목이 나타난다

내일은 늦가을 비 뿌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