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곁눈질

잡다하게 보다 - 기타.

떠즈 2006. 7. 24. 23:55

6, 7월에 나를 즐겁게 해준 것들, 잡다한 엿보기(2)

 

 

2. 영화 [사랑을 놓치다]

 

 

간혹 소중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던지 놓쳐버린 것들은 그립고 아스라하다. 영화 "사랑을 놓치다"는 영화관에서 보려다가 보지 못한, 놓친 영화였다. 잊고 있다가,  어느 심심한 날에 하도 할 일이 없어서 뒤늦게 보았다. 하지만, 대박이었다. 설경구와 송윤아의 연기가 하도 자연스러워 나도 모르게 몰입했다. 미사여구 필요없다. 그리운 당신, 심심한 날에 반드시 보아주세요.

 

 

3. 영화 [비열한 거리]

 

 

이제 조폭 영화 지겨울 때도 되지 않았냐?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조폭영화 별로 재미없었다. 그러나, 조폭이 나온다고 조폭영화냐. 물론 이 영화에선 조폭이란 상스런 단어는 쓰지 않는다. "건달"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우리가 사는 인생은 남루하다 라고 말하는 영화. 조인성이라는 소년 역시 이 남루한 인생에서 사라져간다. 결국 또 죽는거냐? ( 봄에 보았던 영화 "사생결단"에서도 다 죽어버리더니. "사생결단"에서는 조폭과 형사가 같은 장소에서 죽음을 맞는다.) 죽을 수 밖에 없지. 아니면 어디서 살아남을거냐.

 

후일담이지만, 같이 영화를 보러간 여자 세 명은 한숨을 쉬고 또 쉬었다. 역시 조인성의 긴 가락지는 흠모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같이 조인성을 좋아하던 여동생이 "플라이 투더 스카이"의 "브라이언"으로 전향 해버린 것을 알고 여동생과 "인성"이냐 "브라이언"이냐를 가지고 열띤 토론을 벌인 전적이 내게는  또한 있다. 그리고, 조인성을 죽인 진구라는 캐릭터도 살짝 주목해 주실 것. 꽃미남 캐릭터는 아니지만 제법 잘해내주었다.

 

다시 후일담. 이 영화를 보고 난 K는 크레딧이 올라갈 때, 인성이가 너무 멋있다고 토로했다. 그때 K의 남편으로부터 메세지가 딩동하고 들어왔다. 문자의 내용은 "사랑해"였다. 그녀의 남편에게 위기감이 전달되었던 것일까.

 

 

4. 도서 [아내가 결혼했다]

 

 

아내가 결혼할 수 있나. 현실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 발칙한 소설의 주인공 아내는 남편을 두고 한 번의 결혼을 다시 하고 두 집 살림을 차린다. 물론 당당하게. 그러나, 화자인 남편은 차마 그녀와 헤어질 수 없다. 그리고, 자꾸 자꾸 두번 결혼한 아내의 청을 뿌리치지 못한다. 게다가 그녀의 두번째 남편은 그를 형님이라고 부르면 집에도 찾아오며 육아도 같이 하겠다고 한다. 화자는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형편이고, 두번째 연하의 남편은 능동적으로 이 모든 일에 관여한다.

 

독자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 이 소설에선 축구와, 두 번 결혼한 아내의 이야기를 잘도 버무렸다. 물론 축구에 대한 상식이 없는 나도 그럭저럭 축구 이야기 부분도 재밌게 읽었다. 지네딘 지단을 좋아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인데, 다행히 나도 지단의 명성 정도는 아니깐.

 

뭐, 논란의 요지가 많으니 토론은 사양. 다만, 소설속의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보이기는 하니깐. 여자도 사랑에 있어서 이런 식의 권력을 향유할 수 있구나 라는 마음이 들었다. 당신들. 지금 조용히 살고 있는 아내가 "사랑에 빠졌어요."가 아니라 "사랑에 빠져서 다시 한 번 더 결혼할래요."라면서 양다리를 걸치겠다고 하면 어쩌시겠는가.

 

 

5. 영화 [방과후 옥상]

 

 

고등학생용 영화인가? 글쎄. 상당히 웃긴 영화다. 물론, 주인공인 MR. 봉태규의 호연도 있거니와 그럭저럭 재밌게 구성이 되어 있어서 고백하건대 새벽 1시에 킬킬거리면서 봤다. 너무너무 재밌었다.

이런 영화 좀 더 있으면 재미없는 시간이 잘 갈꺼다. 황당 시츄에이션과 대사의 묘미를 놓치지 말 것.

 

조퇴하겠다고 눈에 사인펜 칠한 봉군과 조퇴 시키지 않겠다고 비상약상자를 꺼내어 수지침을 구사하는 담임선생님. 현실에도 이런 선생님과 학생들이 많다. 조퇴증 한 장에 희비가 오락가락하는 요즘 아이들. 하긴 나도 예전에 조퇴하겠다고 멀쩡한 빰을 두드려서 열을 낸 적도 있으니. 그때, 속아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6.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영화 속 장면. 네번째 죽인 시체를 묻으러 가고 있는 최강희.

 

역시 놓쳤던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 물론 이 영화의 재미도 시츄에이션에 있다.

 

싸이월드에 얼마나 다들 빠져있는가. 이 영화의 "계동"이란 캐릭은 자신을 일촌으로 받아주지 않는 후배의 귓싸대기를 날리면서 말한다. "내가 도토리를 달랬어. 스킨을 탐냈냐. 왜 일촌 승락 안하는거냐."라고. 푸할.

 

그러고보면 요즘 남자들, 여자에게 상당히 약해졌나보다. 결혼하겠다는 아내의 요청도 받아주고, 네 명이나 죽인 여자를 사랑하고. 역시 배우의 힘이 크다. 최강희와 박용우. 호연. 특히 박용우에게는 감탄을. 영화 "쉬리"의 띨빵한 정보원은 이 영화에서는 살짝 신경질적인 불쌍한 남자연기를 잘해냈다.

 

오늘 말한 세 영화(사랑을 놓치다, 방과 후 옥상, 달콤살벌한 연인)의 미덕은 배우의 힘이다 라는 것이다. 물론 구성도 깔끔했다.그러나,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맡았다면 정말 재미없었을 영화들이다. 물론 내 개인의 취향과도 맞았겠지. 여기선 말하지 않았지만 조승우, 강혜정 주연의 "도마뱀"은 정말 후회스러운 영화였다. 보다보다 컴을 꺼버리고 싶은 영화였으니깐. 좋은 배우도 그렇게 형편없게 만들어낼 수 있다니.

 

 

7.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여름을 맞이한 블록버스터 한 편을 극장에서 보다. 물론 1편은 보지 않았다. 내 취향과는 맞지 않은 영화니깐. 하지만, 역시 블록버스터다. 이런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조니뎁의 능청스런 연기에는 박수를. 멋진 카리브해의 물빛에는 찬사를. 유머스런 그림에 잘 맞는 음악에도 박수를. 6,000원으로 피서했다. 잘 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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