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나다

떠나고 돌아오는 행위의 의미

떠즈 2008. 9. 2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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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 york I love you but you're bringing me down

 

금요일 오후에 급하게 마음 먹고- 이유는 동해바다를 보고 싶어서- 토요일 8시에 눈 뜨자마자  떠났다.

짐은 최대한 적게, 마음은 최대한 가볍게, 그렇게 무계획으로 떠났다.

7번 국도를 달리자던 최초의 마음은 무너지고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 먹는 와중에 안동으로 목적지가 바꼈다.

고속도로 보다는 국도를 좋아하는 우리는, 그리고 운전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길 좋아하는 우리는

영천IC에서 경부고속도를 내려서 지도를 보면서 안동으로 쉬엄쉬엄 갔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 소년이 되는가. 그는 아주 좋아라, 신나라 했다.

나를 위한다는 애초의 목적은 희색되고 소년처럼 뛰어다니는 그때문에 웃고 말았다.

 

 

경북 영천 지나는 길에 발견한 경북 의성의 조문국 경덕왕릉.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멋지게 뜬 정오였다. 

역사적 가치를 따지기엔, 상당히 문화적이지 않은 우리이므로

고분들 사이의 황토길을 뛰어다니느라 즐거웠다.

하늘의 뭉게구름을 "문익점 구름"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정말 소년처럼 즐거워했으므로 지켜보는 내 마음도 즐거웠다.

월급쟁이들은 정말, 한번씩 꼭 떠나줘야 한다.

 

 

의성에서 구불구불 고개를 넘으니 안동이다. 부용대에서 하회마을을 내려다봤다.

강이 돌아가는 마을- 하회마을. 그 의미도 그제서야 알았다.

다행인 건지 안동은 축제중이었다. 다국적 피플들에 의해서 점령당하고 있었다.

1회용 김과 라면박스를 들고 즐거이 오던 눈이 파란 청년은 다리가 길었다.

내가 자라던 시절에 비하면 요즘의 젊은이들은 확실히 다국적이다.

어떨 때는 부럽다.

 

 

고택들이 모여있는 골목 순회는 뭐랄까, 조용히 거닐었다면 좋았으리라.

담장 아래에 핀 붉은 꽃이 앙증맞았다. 다들 사진을 찍고, 나이 든 부모의 손을 잡고 걷는다.

 

 

마을보다는 높은 강둑에 난 길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긴 그림자가 멋있었다.

날씨가 가을인가보다. 떠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현실에서 잠시 동떨어지는 것? 나를 둘러싼 현안에서 한발작 떨어지는 것?

맑은 가을의 냄새를 맡는 것?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좋은 것.

 

 

사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동해안 드라이브였다. 꽝이었다.

날씨가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안동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맑더니 말이다.

영덕에서 일박하고 난 다음날 목적을 이루려고 시동을 걸었건만 날씨는 흐렸다.

쨍하고 맑은 날, 음악을 크게 틀고 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그전날 많이 걸어서 장단지는 땡기고

동행인들은 잠이 들었고 날씨는 흐렸다.

7번국도의 상행선을 포기하고 다시 하행선을 탔다.

그리고 경주를 들러서 부산으로 왔다.

 

 

참 즐거웠어, 라고 그래도 말할 수 있었다. 떠나고 돌아오는 행위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덕분에 오늘 월요일 일과는, 하루종일 힘들었다.

경주의 벚나무들이 물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으니 조만간 경주를 가볼까 싶다.

여담이지만 일필휘지하던 글쓰기는 이젠 돌아오지 않는 성 싶다.

예전같았으면 훨씬 즐겁게 포스팅할터인데 영 글쓰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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