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나다

억새를 만나다- 창녕 화왕산

떠즈 2008. 10. 29. 21:10


 

10월 25일에 부산에서 1시간 30분 거리의 경남 창녕에 있는 화왕산을 다녀왔다. 

몸이 특별히 부실(?)한 관계로 - 아마도 럼피씨는 익히 경험해서 증언하리라, 떠즈씨의 지대부실을 -

등산은 극 피하는 일이긴 하나 정모씨의 '오늘은 내가 즐겁게 해주맛!' 버전의 각오에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

사실 억새의 향연에 한번 빠져보아요 식의 기분도 들기는 했다. 그래서 출발했다.

 

 

경남 창녕은 람사르 습지 우포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온천으로 유명한 부곡과도 이어져 있는 곳이다.

이번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양파재배지로도 유명하단다. 실제로 삼겹살집에서 먹은 창녕양파, 맛있었다.

람사르 총회를 맞이하여 바쁜 창녕의 모습을 톨게이트 입구의 이상한 닭벼슬 같은 구조물에서 보았다.

 

 

나를 두고 성큼성큼 가는 정모씨와 그의 딸 덕에 심하게 삐져버렸다. 올라가는 내내 살짝 살벌했다.

하지만 이 몸은 역시나 몸이 아주 약하니까 말이다 - 이렇게 말하면 정말 믿으실까봐 하는 말인데,

사실 운동을 죽어라고 싫어하는 인간이라서 등산은 내게 너무 힘들다. 하지만 평지는 잘 걷는다 -

각설하고 화왕산 올라가는 길은 세 개 정도 있는데 옥천이란 곳에서 올라가면 경사 40도 정도의

위 사진 속의 길이 계속 이어지므로 놀멘놀멘 식으로 올라가면 된다. 3살짜리 꼬마가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아저씨들이 휙휙 지나가기도 하고 다정한 중년의 부부가 손을 꼭 잡고 올라가기도 했다.

 

가을속으로 들어가는 구나, 라고 삐진 상태에서도 생각했다.

 

 

 

정상 가까이 올라갔더니 드라마 <허준>의 세트장이 있다. 산정상에 이런 것을 짓다니 우습구나, 였지만

다들 사진 찍는 것을 즐거워했기 때문에 덕택에 즐거운 사람들도 있구나,여서 다행이다. 삐진 상태는

여기서 풀렸는데 - 알고보니 엄청난 뒤끝이 있는 인간이다 - Soo가 슬쩍 웃으면서 사진 찍어달라 했기 때문.

사실 정상에 다 왔구나 싶으니 즐거워져서 더 화도 못 내겠더라는, 프하핫!

 

 

정상 가까운 곳에 성벽을 새로 쌓아두었다. 친절한 표지판은 올라가지 마시요라고 말해줬지만 사람들은

모두 저 성벽을 따라 산책하듯이 혹은 유영하듯이 내려가고 있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색다른 느낌.

드라마 <대장금>을 여기서도 찍었단다. 그 장면이 생각났다. 귀양 가는 종사관 나으리를 �아가던

장금이가 괜히 산을 넘어서 갔었는데 그 곳이 이 곳이었다. 그때 드라마 보면서 왜 산은 넘어, 개연성이

없구나 했다. 아마도 감독이 억새를 장면에 담고 싶었던 게지.                                                      

 

 

이 곳은 창녕 조씨의 발생지란다. 저 물 속에서 어쩌구 저쩌구 였는데 표지판을 대강 읽어서 기억이 안난다.

 

 

가장 맘에 들었던 곳이다. 나무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묘한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웃기는 것은 서너군데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컵라면, 도토리묵, 막걸리, 파전, 오뎅

등을 판다. 사람들은 돗자리에 앉아서 오손도손 저런 음식들을 먹는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성벽 입구에

오토바이 십 여대가 세워져있다. 그것이 이 장사꾼들의 이동수단이다.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혹은 재미

있는 일일까? 히말라야 산 입구에 가서 녹차를 팔고 싶다했던 지난 날의 럼피씨 이야기가 오버랩되서

괜히 혼자 웃었다. 실제로 억새밭 사이사이에 저들의 돗자리가 놓여져 있어서 헉 하고 놀래기도 했다.

 

 

내려다 본 창녕 읍내. 보이는 쪽으로 올라오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겨울에는 억새를 태우는 행사가 있다 한다. 밤에 하는 그 행사는 굉장히 장관이라고 하는데

그때 다시 오마 하고 내려왔다. 다시 가 볼 수 있을까,는 정말 모를 일이겠지만.

산을 내려오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다. 평소 왜 산을 오르냐고 물으시면 씰데 없는 짓이에요 라고

말하기 때문에 그 씰데 없는 짓에서 벗어나는 행위는 즐겁다. 혹은 내려올 때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타닥 거릴 수 있기 때문인 지도 모르지!

 

*

 

갑자기 삼겹살이 심하게 먹고 싶어서 부곡온천의 식당에서 흑돼지 삼겹살을 먹은 것이 부록이다.

 

*

 

사실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다.

 

* 그리고 너무나도 드라마틱한 찰리 헤이든의 재즈곡, the blind.

이 곡만 들으면 눈물이 난다. 천재적인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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