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봅시다

이치코 이마의 "백귀야행"

떠즈 2006. 9. 10. 01:31

 

 

주인공 리쓰, 사촌누나 츠카사, 그리고 문조 요괴 2마리

 

Ichiko Ima의  "백귀야행"

 

5살때 고무줄에 빨래 널듯이  만화표지를 전시한 허름한 나무의자의 만화방에서 10원을 들고 보기 시작한 이후로 만화폭식은 시작되었었다. 그리고, 40이 된 지금까지 나의 만화역정은 계속되고 있다. 음악이나 만화나 소유하지는 않되 이런 저런 방법으로 폭식하고 있다. 현재의 만화보기는 대여점 인생이다. 지금의 동네에는 한 곳의 대여점이 있었다. 5년전 이사 오자마자 확인한 것이 대여점의 만화 소장내역이었다. 다행히 이곳의 주인장도 제법 많은 목록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여름에 또 한 곳의 대여점이 문을 열었다.

 

대여점마다의 목록이 다르기때문에 새로운 곳만 생기면 당장 가서 어떤 책이 있나 �어보는 것이 내 취미다. 새로운 대여점까진 걸어서 10분거리여서 저녁마다 산책삼아 다닌다. 오늘은 그동안 애독하던 이치코 이마의 "백귀야행" 9권에서 12권을 빌려와선 조용한 이 밤에 좋아하는 음악을 걸어놓고 읽고 있다.

 

귀신이야기다. 그것도 일본의 귀신. 일본인들의 정서야 나는 잘은 모르지만 그 사람들은 물건마다 귀신이 깃들어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고 정겹게(?) 친구로 삼는 이들이 흔히 일본만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백귀야행"의 주인공인 젊은이 "리쓰"는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그를 수호하는 요괴"아오아라시"와 함께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이들의 사연들을 풀어나가는게 리쓰의 일이다. 리쓰의 사촌누이 "츠카사", 가족들, 귀여운 문조요괴 두 마리 등이 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두 마리 문조 "오지로"와 "오구로"는 음주가무를 즐기는 귀여운 캐릭터로 소금과도 같이 이 만화의 재미를 더해주는 애들이다. 물론 나 역시 걔네들 둘이 나오면 웃고 또 웃는다. 그들의 "주인님"에게 보이는 충성심은 때로는 귀엽고 어떨 때는 우직하여 실수를 하기도 한다. 헉 하는 식으로 지네들끼리 좌충우돌하기도 하고 짝을 이루어서 충성심을 발휘한다.

 

단점이라면 한권씩 나오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아마도 어딘가 잡지에 연재되고 있기 때문일거다. 대부분의 일본만화들이 그렇듯이! 그렇다고 그 만화만 나오기를 목 빠져라 기다리는 편은 아니어서 오늘처럼 반년에 한번씩 몇권을 기다렸다 한 호흡으로 읽어내려가는 편이다. 사실 한 권은 너무 짧으니깐.

 

이치코 이마의 "백귀야행"은 음울하지 않다. 깔끔하고 간결하며 인간사의 여러 단면을 귀신이야기와 섞어서- 주로 인간의 욕망과도 관련이 있다- 즐거웁게 풀어나가고 있다. 읽다보면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어디 귀여운 귀신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상상하게도 된다. 흐트러진 밤하늘의 벚꽃도 한번씩 작품의 배경이 된다.

 

오늘은 마침 저녁답에 만난 여동생이 자신의 집 근처 강가를 산책하다 만난 백로이야기를 해줬다. 수영강가에 백로가 있더라하면서 놀라웠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 백로와 강의 습기가 엄청난 포스의 음기를 뿜어내서 현실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서둘러 사람들의 소리가 흘러나오는 밝은 곳으로 걸어나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래서, 재미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할 수 있어서 동생과의 관계가 좋다. 물론, 대학 전공이 같아서 가끔 영어이야기를 해도 재밌다.

 

엄청난 양의 음기. 나도 겪어보고 싶다. 물론 만화속의 귀신이야기는 허구이니 즐겁게 볼 수 있지만 실제로 귀신들이 활보하는 백귀야행같은 세상이라면 오싹하긴 할 것이다. 그래도 상상속의 세계는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