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젊어져서 처음부터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하겠습니까.'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뇨, 됐어요.' 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 무서운 짓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아. 농담이 아니라구.
- "무라카미 라디오" '뛰기전에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중에서(36페이지)
다녔던 중학교는 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였다. 기억해보면 팝송을 좋아했던 나는 그 당시 접했던 음악들이 비틀즈 아니면 클리프 리처드 등등 이였는데 학교 가는 길에 노래를 흥얼거리기를 좋아했다. 부를 노래들은 많았지만, 단연코 넘버원은 비틀즈의 "오블라디 오블라다" 였다. 비틀즈의 스탠다드였던 이 곡은 도돌이표 음악이여서 가사 따위는 몰라도 부를 수 있었기에, 그리고 리듬감이 좋아서 맑은 아침에 흥얼거리기엔 딱이였다.
오블라디 오블라다 흠흠흠, 하다 보면 어느새 학교 정문.
어떤 날은 친했던 B양의 손을 잡고 둘이서 같이 걷기도 했다. 드라이어기를 구경할 수 없었던 그 시대에, 겨울이면 숱 많았던 나의 방금 감은 머리는 물기가 채 가시지도 않아, 어느새 얼어 있곤 했다. 그래도 즐거운 노래, "오블라디 오블라다" 였다.
어제, 감독시간에 읽기에 편한 "하루키"씨의 짧은 글 모음인 "무라카미 라디오"를 들고 가선 한걸음에 다시 읽었다. 늘상 말하는 말이지만 "하루키"씨를 싫어했던 과거가 있다. 모두들 읽어대던 "노르웨이의 숲"(현재 출판 제목 "상실의 시대")를 읽지도 않았던 것이다.
35살 무렵에 - 그니깐, 이 칼럼을 시작하기 바로 직전의,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시절에 - 하루키씨의 가벼운 수필류의 글들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아마도 내 뇌구조가 좀 부드러워졌던 때라서 그럴까, 아주 광팬이 되고 만다. 그의 글들은 가식적인 힘이라곤 없다. 능수버들 식으로 이래도 어때 식이였다.
사람은 변한다. 나도 변했다.
몇번이나 심심하면 읽는 "무라카미 라디오" 에 실린 하루키씨의 글은 120퍼센트 흡족이다. 그리고 아는 지인들에게 선물하게 되는 넘버원 책이기도 하다. 하루키씨는 말한다. "그니깐, 힘 좀 빼시라구요, 그러나 즐겁게 살자구요" 식이다. 아마도 "사소하고 가벼운" 이란 제목도 이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나 역시, 무릇 그의 어조를 흉내내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나라 작가들 중에서도 그에게 영향을 받은 이도 있다고들 한다.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다시 "무라카미 라디오"를 읽으면서 하게 된 생각이, 으음 나도 제법 그를 따라서 쓰고 있는 걸 이다.
제일 대표적인 형태가 사소한 재료를 거창하게 풀어내고서는 마지막에 "뭐, 사족이지만" 이라고 설레바리를 풀면서 "이것도 좋지 않은가" 식이다. 이 블로그의 글들-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 마무리도 그럴 때가 많지 않았던가 고백한다.
즐거운, 하루키씨.
남들도 다 하는, 내 싸이 홈피의 제목, 역시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 하루키의 책 제목, 제목 짓기는 너무 어려워! -가 아니던가. 가볍기만을 사수하는 떠즈씨의 인생은, 어찌보면 무거웠던 혹은 경직�던 바른 생활의 과거모습은 잊어버리고,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일런지도.
어찌 되었던, 즐거운 인생이지 않습니까?
요새는, 노래방에서 비틀즈의 또 다른 명곡 "yellow submarine"을 부르고 있습니다,만.
Review : 하루키씨 혹은, 글.
2.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 2004. 4. 7
* 뱀발 : 소장하고 있으며, 자주 읽게 되는 하루키 씨의 책 표지들이다. 부록으로, 마지막의 "그에게 중독되다" 는 하루키 씨의 가벼운 책들과 함께, 당시에 필독하던 방송작가 김 주리 씨의 가벼운 글이다. 무척이나 좋아한다. "사소하고 가벼운" 의 반대말은 "중독"이었던가.
'유쾌한 곁눈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르만헤세전, 푸른 그늘. (0) | 2007.05.27 |
---|---|
오마쥬, 공감, 그리고 잡설. (0) | 2007.03.28 |
사랑해, 파리. (0) | 2007.02.09 |
"청춘", 사랑에 몰입하는. (0) | 2007.02.04 |
"품행제로"에서 엿보이는, 구전동화. (0) | 2007.01.23 |